서울에서 북동쪽으로 약 45km. 자동차로 1시간이면 닿는 거리에 우리나라 최대 잣나무 유림지가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과 가평군 상면 경계에 있는 축령산은 80여 년 전 심은 잣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잣 생산에 알맞은 기후 덕분에 깊은 향과 맛을 내는 ‘가평잣’을 생산하는 원산지이기도 하다. 이미 ‘아침고요수목원’과 ‘축령산 자연휴양림’으로 이름이 알려진 축령산 자락에 2010년 6월 ‘치유의 숲’이 조성된다. ‘잣향기 푸른교실’이다.

심신을 치유하는 숲의 의술
주말 아침 축령산으로 이어지는 도로 위는 나들이 차량이 꼬리를 물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 장소로 여러 차례 소개되면서 유명해진 ‘아침고요수목원’을 찾는 인파다. 수목원 입구로 대부분의 차량이 들어가고 한산해진 길을 따라가면 가평군 상면 행현리가 나온다. 다양한 잣 체험을 할 수 있는 가평영양잣마을을 지나고 20분가량 좁은 길을 운전해야 축령산 ‘잣향기 푸른교실’로 가는 산길이 나온다. 차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산길을 30분가량 더 걸어 올라가야 잣향기 푸른교실에 다다를 수 있다. 내년 6월 무렵에야 제대로 시설을 갖추게 되는 이곳에 ‘치유의 숲’이 조성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숲의 효능에 관한 다양한 연구는 휴식을 넘어 치유 공간으로서의 숲을 재조명하고 있다. 나무와 식물이 해충이나 곰팡이에 저항하려고 스스로 만들어내는 휘발성 물질 피톤치드는 각종 감염질환과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국립산림과학원과 서울백병원이 최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개월 동안 산림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우울증 환자 9명의 HRSD(우울증 척도)가 평균 13점에서 5점으로 낮아지는 회복을 보였다고 밝히고 있다. 숲이 몸은 물론 마음의 병까지 치유한다는 연구가 속속 발표되자 산림청은 2017년까지 전국 각지에 18개 치유의 숲을 만들기로 했다. 축령산 ‘잣향기 푸른교실’도 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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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리에서 관음리까지, 현세와 내세의 갈림길
월악산국립공원은 행정구역상 제천시, 충주시, 문경시, 단양군에 걸쳐 있다. 하늘재는 충청북도 충주시 미륵리와 경상북도 문경시 관음리를 이어주는 고갯길이다. 죽령보다 2년이나 먼저 개통된 하늘재는 지금으로부터 1850여 년 전인 156년 신라 제8대 아달라왕이 북진을 위해 개척한 길이다. 그 뒤로 신라가 한강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교두보 역할은 물론 백제와 고구려의 남진을 저지하는 주요 전략 거점이 되어 왔다. ‘홍건적의 난’으로 공민왕이 몽진할 때도, 신라 망국의 한을 품고 마이태자와 덕주공주가 금강산으로 향할 때도 이 고개를 넘었다. 도의 경계가 되는 하늘재를 사이에 두고 지명 또한 범상치 않다. 충주에 속한 미륵리는 ‘내세’를, 문경에 속한 관음리는 ‘현세’를 의미한다. 한강과 낙동강 사이에서 백두대간을 넘는 물리적인 길의 뜻과 함께 현세와 내세의 갈림길과 같은 정신적인 길의 의미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오솔길의 끝, 하늘로 뻥 뚫린 하늘재 정상
충청북도와 경상북도를 잇는 하늘재는 정상에서 경북 문경 쪽으로는 넓은 아스팔트 도로가 깔려 있다. 옛길의 정취를 느끼려면 충북 충주 미륵리에서 하늘재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택해야 한다. 길의 시작은 고려초기 석굴사원터인 미륵리사지에서 시작된다. 오랫동안 폐사지로 알려졌지만 석불입상, 오층석탑, 삼층석탑, 석등 등 옛 석굴사원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덕주골에 있는 마애불상을 마주보기라도 하듯 북쪽으로 향해 있는 석불입상 앞에는 예불을 드리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미륵리사지를 지나 산길로 들어서면 전나무와 굴참나무로 우거진 숲길이 나온다. 따사로운 햇살은 나뭇잎에 걸리고 선선한 가을바람만이 길 위를 따라온다. 송계계곡의 맑은 물줄기는 시종일관 조잘조잘 노래를 해대고, 어디선가 나타난 풀벌레가 방문객에게 인사를 건넨다. 잘 닦인 등산로 옆으로 작은 구름다리를 건너면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니는 오솔길이 펼쳐진다. 월악산국립공원에서 역사생태관찰로로 두 가지 길을 닦아 놓았는데 어느 길을 택하든 경사가 완만하고 산세가 험하지 않아 혼자 걷기에도 무리가 없다. 약 1시간 30분을 걸으면 충주에서 문경으로 넘어가는 경계선이 나온다. 문경 쪽으로는 아스팔트 도로가 펼쳐지고 오른쪽 산으로 고개를 돌리면 하늘재 기념비가 눈에 들어온다. 기념비가 서 있는 둔덕으로 올라서니 하늘재의 절정이 드러난다. 마치 하늘로 뻥 뚫린 고갯길의 정점은 발밑으로 월악산을, 눈앞에는 새파란 하늘을 펼쳐놓는다. ‘하늘재’라는 고개 이름이 온몸으로 수긍되는 순간이다. 친구 5명과 하늘재 나들이에 나선 이순우(49, 충주시)씨는 “정상에 오르면 마치 온몸이 하늘과 맞닿아 있는 느낌이 든다”며 하늘재 예찬론을 펼쳤다.

송계계곡을 따라 체험하는 중원문화여행
하늘재 탐방은 왕복 3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조금 더 시간을 낼 수 있다면 미륵리사지에서 시작해 송계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중원문화여행을 추천한다. 충주, 계산, 제천 지역의 옛 역사와 유산을 담고 있는 중원문화는 송계계곡과 같은 방향으로 펼쳐지는 597번 지방도로를 따라서 이어진다. 덕주산성, 덕주사, 망폭대, 와룡대, 팔랑소, 만수계곡 자연관찰로 등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문화재와 자연유산이 산재해 있다. 한반도를 남북으로 잇는 중요한 지리적 요충지였던 하늘재는 1404년 조령(문경새재), 1900년대 초 경부 철도, 일제시대 이화령이 생기면서 점점 그 역할이 축소됐다.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경부선이 추풍령으로 이어지고 중부내륙고속도로까지 뚫리면서 하늘재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옛길이 돼 버렸지만 ‘하늘’과 맞닿은 듯 탁 트인 풍광만큼은 옛 명성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http://navercast.naver.com/geographic/gilsupsum/1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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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이 들려주는 자연 이야기 소래습지생태공원
소래길 자전거도로의 두 번째 매력은 자연의 이야기를 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소래포구에 다다를수록 코끝을 맴도는 갯내는 아파트가 즐비하게 들어선 근처 풍경과 상반된 느낌을 자아낸다. 개발과 보존이 함께하는 소래포구는 변화와 복구가 공존하는 곳이다. 1930년대 전국 제일의 염전이 들어섰던 소래포구의 소금 생산은 1997년 이후 아예 중단됐다. 이후 폐염전은 사람의 발길이 끊기고 다양한 염생식물과 철새, 양서류, 곤충이 자생하는 갯벌로 살아났다. 인천시는 갯벌 77만㎡, 폐염전 79만㎡ 등 모두 156만1000m² 규모의 소래포구 상류에 ‘소래습지생태공원’을 조성했다. 습지·갯골·초지(草地)·염전·전시관 등으로 구성된 공원은 쉬엄쉬엄 걸어서 둘러보면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갯벌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둘러볼 수도 있어 소래길 자전거도로에서 자연스레 이어지는 습지생태공원을 찾는 발길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소래포구와 수인선 열차, 역사를 실은 소래길
자전거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소래포구가 있다. 이곳에서 자전거길의 세 번째 매력을 찾을 수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 인천에서 수원을 잇는 협궤열차가 다닌 철교가 그대로 남아있어 역사의 기억을 되살리기 때문이다. 소래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수송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인선은 1995년 12월 31일 영업이 중지됐지만 바다 위 철교는 철거되지 않고 소래포구까지 연결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폭 2.5m, 길이 120m의 철교는 각종 물건을 파는 상인과 소래포구를 찾는 시민으로 늘 북적인다.

소래포구는 주말이면 다양한 어패류를 사고파는 인파로 발 디딜 틈조차 없다. 가을 꽃게가 제철을 만난 어시장은 어깨를 부딪치며 걸어야 할 정도로 사람이 모여들었다.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 사이로 사람들은 혼잡하게 오고 가며 장을 보고 요기를 한다. 즉석에서 회를 떠서 길거리에 앉아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도 심심찮게 보인다. 불편한 통행과 상술에 얼굴이 찌푸려지다가도 시끌벅적한 재래시장을 보는 재미에 발걸음이 멈춘다. 갈매기가 날고 갯내를 풍기는 소래포구는 재래시장의 전통이 남아있는 곳이자 아파트와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있는 신도시다. 두 바퀴로 즐기는 소래길 여행을 떠나면 역사와 자연, 그리고 인천의 변화상을 모두 담아갈 수 있다.

http://navercast.naver.com/geographic/gilsupsum/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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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의 새벽
우포늪은 사진작가들의 출사지로도 유명하다. 물안개가 낀 우포늪에 조각배가 떠가는 모습의 사진작품은 우리가 주변에서 자주 접한다. 새벽풍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직은 어둑어둑한 시간 우포로 향했다. 입구 안내판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고 표시된 지점으로 걸어가자 이미 몇몇 사진작가들이 삼각대를 걸쳐놓고 해가 뜨기를 기다린다. 새들도 아직은 잠에서 깨지 않았는지 고요하다. 동이 트자 희뿌연 안개 속에서 우포의 모습이 드러난다. 사진작가들은 연신 셔터를 눌러대고 날갯짓을 하는 오리들과 풀벌레소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우포늪의 동쪽, 3.1km의 대대제방의 직선 길은 안개로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고 안개 속으로 들어간 마을 주민은 금세 모습을 감췄다. 일출을 보고 났으니 이제 방향을 바꿔 서쪽으로 향했다. 해를 등지고 산책로 옆에 피어난 꽃을 보며 목포제방을 향해 길을 걸었다. 초가을의 새벽이라 춥기보단 선선하다는 표현이 적당하다. 밤새 뿜어져 나왔을 산소와 탁 트인 우포의 경치는 가슴 속까지 맑게 해준다. 산책로 가까이 물가에도 오리가족이 자맥질을 하고 있다. 방해하지 않으려 조용조용 걸어도 눈치 빠른 녀석들은 금세 푸드덕거리며 날아간다.

1억4천만 년 전 생태계가 그대로
이 동네 사람들은 우포를 ‘소벌’이라 불렀다. 우포 북쪽에 있는 우항산(일명, 소목산)을 하늘에서 보면 마치 소의 목처럼 생겨서 소가 목을 내밀고 우포늪의 물을 마시는 모양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1.8km의 제1탐방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보니 한걸음마다 곤충과 새들 그리고 식물의 경치가 다르게 느껴진다. ‘관찰대’의 작은 구멍으로 늪을 바라봤다. 새들의 안방을 훔쳐보는 듯 자연모습이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우포를 한눈에 바라보려면 전망대를 올라가는 것이 좋다.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계단 길로 약 100m를 올라가면 나무의 키를 훌쩍 넘긴 높이에서 우포를 바라볼 수 있다. 해가 조금 더 높이 떠오르자 멀리서 새들이 무리 지어 날고 풀벌레 소리가 들리며 조금씩 파릇하게 변해간다. 이곳이 1억4천만 년 전의 생태계 모습을 아직까지 갖고 있다는 얘기가 허투로 들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런 풍경에 있었다. 실제로 우포늪이 속한 창녕군 유어면 세진리에는 공룡발자국화석이 발견됐다. 이뿐만이 아니라 오랜 시간 생명체가 태어나고 죽어간 늪의 바닥은 두터운 부식층을 형성해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라 불린다.

걷기 좋은 습지, 기능도 다양해
소벌이라 불리는 '우포', '나무벌 목포', '모래펄 사지포' 그리고 '쪽지벌'까지 우포늪은 4개의 지역으로 구분된다. 각기 다른 늪마다 2~4km의 탐방로가 마련돼 있다. 게다가 주변엔 1000여 종의 생명체가 살아 숨 쉬고 있으니 이곳을 걷다 보면 마치 자연과 한몸이 된 느낌을 받는다. 제주의 올레길이 넓고 푸른 바다를 보며 걷는 길이라면, 우포의 길은 아기자기한 생명체와 호흡을 같이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길 옆에선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가 필사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고 귀여운 새끼오리들은 어미를 따라 먹이사냥에 나섰다. 우포가 혼자 걸어도 외롭지 않은 이유는 바로 다양한 생명체들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주차장 바로 앞에 있는 생태관에서 볼 수 있는 습지의 기능은 참으로 다양하다. 수생식물, 어류, 조류를 비롯해 수많은 생명체의 서식처가 되고 이것은 그대로 인간이 식량을 얻을 수 있는 자원이다. 또한 습지가 머금은 물은 홍수를 예방하고 지구 온난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게다가 차곡차곡 쌓인 생태계의 모습은 우리가 살고 있는 생태계 연구를 위한 훌륭한 교재가 된다. 람사르 협약이 아니더라도 이 땅의 습지를 지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http://navercast.naver.com/geographic/gilsupsum/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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