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늘 그랬다. 평범한 투수 앞 내야 땅볼을 치고도 모자가 벗겨지도록 달리곤했다. 188cm 100kg의 거구로 쿵쿵 땅을 구르며, 살아나가지 못할 것이 뻔한 1루를 향해 악착같이 뛰었다. 프로야구 통산 최다출장, 최다홈런, 최다안타, 최다2루타, 최다득점, 최다4사구…. 양준혁을 수식할 대기록은 많다. 하지만 그를 추억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언제나 조금은 우스꽝스럽던 그 뒷모습일거라고, 생각했다.
'은퇴선언 양준혁의 불꽃 야구 인생' 중에서 (신동아, 2010.9월호)
프로야구 양준혁 선수가 은퇴를 선언했지요. 아무리 성적이 뛰어난 스타라해도 은퇴 소식이 무덤덤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의 은퇴 소식에서는 아쉬움, 그리고 그 이상의 무언가 아련한 느낌이 전해져 옵니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무엇보다 운동장에서 항상 '온힘을 다했던' 그의 모습 때문입니다.
양준혁 선수는 평범한 땅볼을 쳐서 아웃이 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항상 1루를 향해 전력질주를 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송화선 신동아 기자가 본 그의 모습입니다.
"양준혁(41)은 달렸다. 6대 6으로 팽팽히 맞선 9회말 1사 1, 2루. 대타로 나선 그는 원 스트라이크 원 볼 뒤 3구를 노려 좌익수 왼쪽으로 빠지는 안타를 쳐낸 참이었다. 용수철처럼 튀어나간 공이 좌측 펜스를 때리자 좌익수는 따라가기를 포기했다.
승패는 이미 갈린 것이다. 그러나 양준혁은 계속 달렸다. 1루를 지나 2루까지, 뒤늦게 날아온 공을 2루수가 잡아내 더 이상 뛸 수 없을 때까지. 그가 2루 베이스에서 두 손을 번쩍 든 순간 비로소 경기는 끝이 났다. 7월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롯데전. 삼성은 양준혁의 끝내기 2루타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대구로 향하는 기차안에서, 계속 이 경기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렸다. 타자들은 끝내기 안타를 치면 으레 1루에서 멈춘다. 승부가 결정됐으니 더 이상 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양준혁은 달렸다. 마치 1회초 첫 타격에 나선 것처럼."
양준혁 선수는 우리에게 '진정한 야구선수'는 경기장에서 어떤 모습이어야하는지를 보여줬다는 생각입니다. '진정한 인간'의 모습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단 한번도 야구를 즐긴 적 없다, 오직 죽자 사자 뛰었을 뿐..." 오래 기억이 남을 것 같은 그의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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