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의 새벽
우포늪은 사진작가들의 출사지로도 유명하다. 물안개가 낀 우포늪에 조각배가 떠가는 모습의 사진작품은 우리가 주변에서 자주 접한다. 새벽풍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직은 어둑어둑한 시간 우포로 향했다. 입구 안내판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고 표시된 지점으로 걸어가자 이미 몇몇 사진작가들이 삼각대를 걸쳐놓고 해가 뜨기를 기다린다. 새들도 아직은 잠에서 깨지 않았는지 고요하다. 동이 트자 희뿌연 안개 속에서 우포의 모습이 드러난다. 사진작가들은 연신 셔터를 눌러대고 날갯짓을 하는 오리들과 풀벌레소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우포늪의 동쪽, 3.1km의 대대제방의 직선 길은 안개로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고 안개 속으로 들어간 마을 주민은 금세 모습을 감췄다. 일출을 보고 났으니 이제 방향을 바꿔 서쪽으로 향했다. 해를 등지고 산책로 옆에 피어난 꽃을 보며 목포제방을 향해 길을 걸었다. 초가을의 새벽이라 춥기보단 선선하다는 표현이 적당하다. 밤새 뿜어져 나왔을 산소와 탁 트인 우포의 경치는 가슴 속까지 맑게 해준다. 산책로 가까이 물가에도 오리가족이 자맥질을 하고 있다. 방해하지 않으려 조용조용 걸어도 눈치 빠른 녀석들은 금세 푸드덕거리며 날아간다.

1억4천만 년 전 생태계가 그대로
이 동네 사람들은 우포를 ‘소벌’이라 불렀다. 우포 북쪽에 있는 우항산(일명, 소목산)을 하늘에서 보면 마치 소의 목처럼 생겨서 소가 목을 내밀고 우포늪의 물을 마시는 모양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1.8km의 제1탐방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보니 한걸음마다 곤충과 새들 그리고 식물의 경치가 다르게 느껴진다. ‘관찰대’의 작은 구멍으로 늪을 바라봤다. 새들의 안방을 훔쳐보는 듯 자연모습이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우포를 한눈에 바라보려면 전망대를 올라가는 것이 좋다.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계단 길로 약 100m를 올라가면 나무의 키를 훌쩍 넘긴 높이에서 우포를 바라볼 수 있다. 해가 조금 더 높이 떠오르자 멀리서 새들이 무리 지어 날고 풀벌레 소리가 들리며 조금씩 파릇하게 변해간다. 이곳이 1억4천만 년 전의 생태계 모습을 아직까지 갖고 있다는 얘기가 허투로 들리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런 풍경에 있었다. 실제로 우포늪이 속한 창녕군 유어면 세진리에는 공룡발자국화석이 발견됐다. 이뿐만이 아니라 오랜 시간 생명체가 태어나고 죽어간 늪의 바닥은 두터운 부식층을 형성해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라 불린다.

걷기 좋은 습지, 기능도 다양해
소벌이라 불리는 '우포', '나무벌 목포', '모래펄 사지포' 그리고 '쪽지벌'까지 우포늪은 4개의 지역으로 구분된다. 각기 다른 늪마다 2~4km의 탐방로가 마련돼 있다. 게다가 주변엔 1000여 종의 생명체가 살아 숨 쉬고 있으니 이곳을 걷다 보면 마치 자연과 한몸이 된 느낌을 받는다. 제주의 올레길이 넓고 푸른 바다를 보며 걷는 길이라면, 우포의 길은 아기자기한 생명체와 호흡을 같이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길 옆에선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가 필사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고 귀여운 새끼오리들은 어미를 따라 먹이사냥에 나섰다. 우포가 혼자 걸어도 외롭지 않은 이유는 바로 다양한 생명체들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주차장 바로 앞에 있는 생태관에서 볼 수 있는 습지의 기능은 참으로 다양하다. 수생식물, 어류, 조류를 비롯해 수많은 생명체의 서식처가 되고 이것은 그대로 인간이 식량을 얻을 수 있는 자원이다. 또한 습지가 머금은 물은 홍수를 예방하고 지구 온난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게다가 차곡차곡 쌓인 생태계의 모습은 우리가 살고 있는 생태계 연구를 위한 훌륭한 교재가 된다. 람사르 협약이 아니더라도 이 땅의 습지를 지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http://navercast.naver.com/geographic/gilsupsum/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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